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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22:20:36)

<영화 속 우리 ③>


영화 <부산행>을 보며 들었던 의문


<안화영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 영화 <부산행> 홍보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여기 성공한 회계사 석우(공유 역)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딸과 시간을 보내러 함께 부산으로 가는 길.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그가 탄 열차도 승무원을 시작으로 승객들이 차례차례 감염됩니다. 전국에 재난경보가 내려진 비상상황. 다행히도 부산만은 아직 안전지대로 남아있습니다. 마침 부산행 KTX를 타고 있던 석우는 열차가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좀비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주인공과 일행이 좀비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으면서 부산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부산행>은 공유, 마동석, 심은경, 안소희 등 유명 배우들의 캐스팅, 실감나는 좀비 묘사, 그리고 연상호 감독의 힘이 만나 천만 관객을 달성했습니다. 아, 물론 상영관을 독점해서 볼 영화가 <부산행>밖에 없었던 점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아무튼 <부산행>은 여러모로 잘 만든 좀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블록버스터라서,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라서 소개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 동시에, 고민거리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 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사진 출처=영화 장면 캡쳐>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중에는 홈리스도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게 갑작스럽게 등장합니다. 아마 열차에 같이 타고 있었으리라 추측할 뿐입니다. 영화 초반에 잠깐 나온 뒤 큰 역할이 없던 그는 주인공이 위기를 맞이한 순간 주인공을 구하고, 자신이 대신 죽음을 맞이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홈리스 캐릭터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극중에 그가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습니다. 그의 희생 덕분에 영화가 계속 전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기의 순간에 그 홈리스가 없었다면, 주인공과 동료는 좀비의 공격으로부터 무사하지 못했겠지요. 이렇게 <부산행>의  홈리스 캐릭터는 잠깐 등장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그는 왜 생판 남을 위해 희생을 자처했을까요? 그 답을 영화 안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그가 누구인지 전혀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겉모습을 통해 그가 홈리스라는 것만 추측할 수 있을 뿐, 제대로 된 대사도, 심지어 이름조차도 나오지 않습니다.


감독은 왜 희생양으로 홈리스를 선택했을까요? 사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슈퍼맨이나 아이언맨같은 영화 속 히어로가 아니라면 말이죠. 영화 속에서 이와 정확히 대비되는 인물이 고속버스 회사의 상무인 용석(김의성 역)입니다. 그는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악역이지만, 그런 그의 행동은 한편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극한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테니까요. 하지만 감독은 홈리스의 처지에 놓인 사람이라면 더 순박하고, 더 정의로울 거라 생각했던 걸까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 홈리스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가 왜 희생을 선택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름이나 대사가 없어도, 갑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정의로운 인물이 되어도 사람들이 의문을 갖지 않는 캐릭터. 애초에 중요하지 않은 엑스트라에 불과했기에, 그의 운명이 어찌되든 상관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가 홈리스를 그리는 방식은 우리 사회가 홈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잘 만든 좀비영화 <부산행>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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