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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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Ⅰ>


내 삶을 바꾸는 개헌과 내 삶의 자리, 주거권


<이원호 /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 대한민국헌법 개정안


지난 탄핵 촛불은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 한 명을 끌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의 표출이었다. 낡은 것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열망에 대해, 대선에 나선 후보들 모두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해 헌법 개정을 공약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국회 개헌특위 등의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정부는 국민헌법자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 페이지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지난 3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다.


‘주거권’ 명시 ․ 규정한 대통령 개헌안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은 기본권을 확대·강화했다. 기본권의 확대는, 인간으로서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인권,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가 확대·강화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이번 개헌안에서는 기존의 기본권 강화뿐 아니라, 1987년 개헌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를 거치면서 대두된 생명권, 안전권, 건강권, 정보기본권, 사회보장권 그리고 ‘주거권’을 신설하는 등 사회적 기본권(사회권)이 강화되었다.


헌법에 사회권이 명시된다는 것은 실질적 평등권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민생활의 최저선을 국가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보장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사회적 문제들이 보호의 차원에서 입법되어 왔던 것에 비해, 헌법에 사회권이 명시되는 것은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의무가 명시되는 것과 같다.


현재 우리 헌법에서는 주거와 관련된 내용이 자유권(14조, 16조)이나 환경권(35조) 관련 조문에 일부 포함되어 추상적 권리로 되어있을 뿐, 주거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개헌안에 주거권을 헌법적 권리로 명시한다는 것의 의미는 단지 선언적인 문구 한 줄이 들어갔다는 정도의 의미를 넘어선다. 법적 권리를 박탈당해온 이들, 법이라는 이름으로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 그럴 것이다.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자리에서 쫓겨나는 이들에게 법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소수의 재산권이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법률들에 맞서 내세울 수 있는, 법을 넘어서는 언어가 우리에겐 없었다. 낯설기만 한 국제규범을 끌어오거나,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헌법 제16조)”라는 헌법의 자유권적 규정 정도가 옹색하다 싶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의 헌법 언어였다.


우리의 주거권 현실이 불안을 넘어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거권을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부담 요인이자 채무노예화를 야기하는 과도한 주거비용은 사회 공동체의 기반을 본질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헌법 개정에서 주거권의 보장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의무임을 밝히고, 사회 구성원들이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적 권리로서 주거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개헌안에 담긴 주거권의 한계
이러한 이유에서, 주거권을 헌법의 독립적인 기본권 조항으로 신설한다는 정부 개정안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 개정안의 주거권이 “모든 국민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안 제34조 4항)”로 머물러 있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거권’의 구성 요소 중 핵심은 ‘(점유가)안정’되고 ‘적절한 수준’의 ‘부담 가능한’ 주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안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안정되고 적절한 주거’로 해석한다 해도, 여전히‘부담 가능한 주거’에 대한 권리는 없다. 한국의 현재 상황이, 집이 부담가능한 주택이면 적절하지 못하고, 반대로 적절한 주택이면 부담가능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 중 한 부분만 명시한 주거권은 한계가 있다.


특히 정부 개정안은 이러한 주거권의 요소들을 보장하기 위한 실현 수단에 대한 규정이 빠져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현행 헌법에서 주거에 대한 사회적 실현 수단으로 “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제35조 3항)”정도가 있다. 이 규정이 환경권(35조)에 포함되어 있고, 이제‘주택개발정책’이라는 개발중심 주거정책을 벗어나야할 시기라는 점에서 위치 변경과 내용의 수정이 필요하나, 정부 개정안은 이 조항을 아예 삭제했다.


국회의 개헌 기구인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회 보고서에서도 현행 35조 3항의 위치를 변경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명시하는 내용으로 수정’하는 것과 ‘주거 및 영업활동 안정을 위한 공정한 임대차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다수의견으로 제시하였는데, 정부 개정안에서 이러한 실행 수단의 규정이 삭제되었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 구체적인 수단은 개별적인 법률에 구체화해야 한다 할지라도, 헌법에서 실행 수단의 방향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이 단순히 법의 문구는 아니다. 삶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주거를 권리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몫’을 외치는 소리가 삶을 바꾸는 길일 것이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헌법 개정은 바로 그 ‘몫’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것에서 가능해진다. 주거권을 신설하고 사회권을 강화하는 개헌을 계기로, 보다 확장된 모두의 권리, 그리고 ‘모두를 위한 주거’라는 ‘삶의 자리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활발해 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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