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홈리스 유인해 입원시킨 B요양병원 사건, 최종 판결 나와

병원장 실형 면해 … 요양급여 환수처분도 취소


<박영아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1p.jpg 2014년 7월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회진보연대와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강화도 소재 B요양병원의 원장과 직원, 인천 소재 H병원 원장 등을 영리목적 약취・유인, 체포・감금, 정신보건법, 의료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였다. B병원은 서울역, 영등포역 등 홈리스들이 모여드는 곳에 승합차를 보내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어주겠다”, “숙식을 제공하겠다”, “술과 담배를 사준다” 등의 말로 유혹한 후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가서 입원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홈리스행동에 의해 포착되었고, 끈질긴 추적과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홈리스들과 병원 종사자들의 증언으로 병원의 운영실태가 세상에 드러났다. 한편 H병원 원장은 B병원의 경영에 관여하는 등 실제 소유주라는 의혹이 있었다.


서울역, 영등포역에 가서 홈리스들을 ‘픽업’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 역시 홈리스 출신이었다. 이들은 얼마간의 돈을 받고 홈리스들에게 접근하여 술도 사주고 하며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에 데리고 갔다.


병원비 낼 돈도 없는 홈리스들을 굳이 멀리까지 나와 유인해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병원장이 노린 것은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행위별이 아닌 일당정액제로 산정되는 수가를 적용받는 점이었다. 일당정액은 환자평가표를 통해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 7개 군으로 분류된 환자분류군별 자원소모량에 근거하여 책정된다. 요양병원들은 위와 같은 일당정액제를 기본으로 하되, 6일 이하의 입원기간과 CT, 혈액투석 등 일부 진료항목은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된다. 즉 환자로 7일 이상 입원시키기만 하면 실제 치료행위와 상관없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지급을 청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B병원은 입원한 홈리스들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으로 병원을 운영하였다. 병원은 어떻게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고도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일까? 제대로 된 치료가 없었다는 것 말고 설명될 수 없는 일이다. 홈리스들도 치료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운 날씨와 비바람을 피해 잠잘 자리가 필요해서 병원에 입원하였다. 

당시 국회의원실에서 B병원의 2013년 기준 누적 입원환자 수와 진료비를 보건복지부의 노숙인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노숙인 명단과 대조한 결과, 환자 중 홈리스 비율은 41%에 달하고, 특히 진료비(건강보험+의료급여)는 홈리스 비중이 66.8%에 달했다. 건강보험만 떼어놓고 보면 홈리스 진료비 비중이 81.5%에 달했다.


B병원에 입원한 홈리스들과 병원종사자들이 전한 운영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첫 1-2주간은 출입구가 자물쇠로 잠가져 있는 폐쇄병동에 입원시킨 후 퇴원을 요구하면 무시하거나, 독방에 가두거나 심지어 결박을 시켜 제압을 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일당정액제를 적용받기 위해 7일 이상 입원시켜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환자복은 환자들이 직접 빨아서 병실에서 말리도록 했고, 용돈이나 담배를 주어가며 ‘픽업’ 등 병원일을 시켰다. 환자 중 일부는 낮에 공사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는데, 병원에서 이들을 앰블란스에 태워 인력사무소로 데려다 주었으며, 병원 안에서는 환자들에게 부업을 시켰다. B병원 원무과 금전 출납부에는 ‘앰블랜스 대리운전비 이OO 가불’ ‘저녁밥 부족으로 라면 20개 구입’ 등 병원에서 작성된 서류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항목들이 있었다.


공소사실 상당부분 무죄선고, 보험급여 부정수급도 인정 안 돼

2017년 8월 18일. 대법원은 B병원장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영리목적의 환자 유인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 퇴원신청 불응으로 인한 정신보건법 위반 및 감금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일정한 거처가 없는 홈리스이다 보니, 법정증언을 확보하기 어려워 공소사실 상당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매우 아쉬운 것은 보험급여 편취 및 부정수급도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H병원장에 대해 병원이중개설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여러 정황에 비추어볼 때 유죄의 의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실질적으로 H병원장이 B병원을 개설, 운영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 명의로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다른 의사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비로소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유인해서 입원시킨 홈리스들에 대해 알콜중독 등 정신질환상태 및 치료기간과 상관없이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입원토록 하였음에도 마치 입원환자들의 정신질환상태 및 입원기간 등이 적절한 것처럼 건강보험공단에 환자들의 보험급여를 청구하여 부정수급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 1심법원은 “B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입원시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측정하여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개방병동과 폐쇄병동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분류한 사실, B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입원 당일이나 다음날 B병원장을 만나 면담을 하였고 그 이후 입원기간에도 B병원의 의사들이 각 환자들의 주치의로 지정되었던 사실, 담당의사들은 입원기간 동안 회진을 하며 환자들을 진료하고 환자들에 대한 진료기록부가 작성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B병원장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알코올 수치를 측정하고, 면담하고, 회진하고 진료기록부가 작성되었다면 부정수급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기준에 의하면 일당정액제를 적용받는 요양병원의 부정수급은 사실상 막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행정법원, 요양급여 환수처분 취소 판결

위와 같은 형사판결의 영향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B병원장에 대한, 수십억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결국 서울행정법원에 의해 취소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병원장에 대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이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로 확인된 경우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 2를 근거로 2억 가량의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하고, 이후 의료기관 이중개설 ․ 운영에 해당하여 의료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억 가량 기지급된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환수처분을 하였었다. 그러나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이중개설하는 행위와 관계가 없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B병원장과 H병원장은 서울행정법원 판결 당시 이미 의료기관 이중개설 ․ 운영에 의한 의료법 위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이에 행정법원도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환수처분을 취소하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송과정에서 비로소 편의제공 환자유인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을 추가 처분사유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당초 환수처분 당시 제시된 처분사유가 아니었기 때문에 법원은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할 때 처분사유로서 고려하지 않았다.


한편, 환자를 유인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치료했다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것으로 볼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퇴원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거부하거나 감금 등을 한 것은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 대한 건강보험급여비용 청구는 부정수급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B병원장은 최종적으로 입원환자 중 34명에 대해서만 영리목적 환자유인으로 인한 의료법위반, 그리고 1명에 대해서만 퇴원신청 불응으로 인한 정신보건법 위반 및 감금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었다. 따라서 환자를 유인하여 치료하였다는 사유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그 범위는 위 34명에 해당하는 보험급여비용으로 한정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다시 위 34명에 해당하는 보험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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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철저한 조사 하지 않은 복지부도 책임 있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실제로 치료할 의사도 없었고 치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급여비용을 청구한 데 있다고 본다. 치료라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은 객관적 판단기준과 적시의 실사를 통한 증거확보가 필요하므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그래서 의료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수사기관은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보다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B병원처럼 가장 취약한 홈리스들을 표적삼아 일당정액 기본수가제를 악용하는 요양병원들의 부정수급과 국민들의 건강보험료가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적시에 철저한 실사를 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의 대응이 가장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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