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홈리스 때문에 공원이 위험하다?
빈곤대책 아닌 범죄대책 외치는 언론과 국가기관

<중삼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몇 년 전부터 ‘공원이 위험하다’는 진단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도시공원 상당수가 우범지대가 되었음을 강조하는 보도들이 주기적으로 나오는가 하면, 시민들이 공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조명하는 생활밀착형 취재보도 역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할 때마다 빈번히 도시공원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홈리스다.



편견과 혐오 조장하는 ‘위험한’ 공원 보도


공원 문제를 홈리스와 결부시키는 언론보도의 첫 번째 문제는, 홈리스에 대한 만연한 편견과 혐오를 더욱 부추긴다는 점이다. 최근 나온 두 건의 보도는 이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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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5일자 MBN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9월 25일, MBN은 「술판에 빼앗긴 어린이공원」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어린이공원에서 매일같이 노숙인들이 잠을 자거나 술판을 벌인다면, 아이들이 놀 수 있을까요?”라는 엥커의 멘트에서 출발한 해당 보도가 제일 먼저 보여주는 장면은 공원 벤치에 누워있는 홈리스의 모습이다. 취재기자는 벤치 주변에 술병이 있음을 지적하며, 마치 홈리스가 술에 취해 자고 있는 것인 양 현장을 묘사한다. 이어 기자는 거친 언행을 보이는 술 마시는 남성, 비위생적인 공원 내부, 대낮에 박스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 등을 일별한 뒤, 공원이 무섭다는 주민과 초등학생의 발언을 소개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문제 삼는 바는, “(공원에서) 단순히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자는 것에 대한 이렇다 할 제재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위험한 노숙인’에서 출발하여 ‘위험한 공원’으로 이어지는 보도패턴은 또 다른 언론사의 보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8월 7일자 헤럴드경제의 기사, 「엄마, 집 앞 공원이 무서워요」의 내용을 살펴보자. 이 기사가 전달하려는 핵심은 서울시와 경찰청이 함께 수행한 공원안전 일제조사의 결과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내 공원 4곳 중 1곳이 보통 이하의 안전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가 이런 ‘사실’을 전달하기에 앞서 묘사하는 것은, 땀 냄새, 악취, 술병, 말다툼 등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된 홈리스의 모습이다. 이런 식의 보도순서는 ‘공원 내 홈리스’와 ‘보통 이하의 안전등급’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말하자면, 이 기사는 도시공원 우범화의 원인이자 증거로써 홈리스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두 언론보도에서 홈리스는 술을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 위생관념 없는 지저분한 사람, 사회적 약자를 위협하는 비이성적인 사람으로만 묘사될 뿐이다. 홈리스에 대한 공중의 두려움과 공분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이런 식의 보도는 이미 사회적으로 만연한 편견과 혐오를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문제적이다. 그렇지만 더 심각한 것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현상적인 부분만을 고발하는 보도행태 속에 정작 중요한 문제들은 손쉽게 가려진다는 점이다.

 

주지하듯, 홈리스가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를 찾는 이유는 제대로 된 거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원에 홈리스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을 문제 삼는 언론은 이들이 왜 공원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는지, 어째서 대낮임에도 일터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지, 혹시 현행 지원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선보이는 건 “모든 도시공원 문제는 노숙인 때문”이라는 과감하고 단선적인 원인진단 뿐이다.



당국과 언론의 합작으로 시작된‘위험한’ 공원 캠페인


집을 빼앗긴 사람을 공원을 빼앗은 사람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위험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언론이 늘 당국에 주문하는 문제의 해법은 범죄대책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 외양을 합리적인 모습으로 꾸민다 한들, 가난의 문제를 엉뚱한 방식으로 풀고자 하는 이런 시도가 근본적으로 차별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법집행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원칙과 명분, 사회정의에 입각해 판단을 내린다면, 앞서 언급한 언론보도의 문제가 당사자들의 실제 삶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원이 위험하다’는 진단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수용되었던 구체 과정을 돌이켜보면,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음을 곧 알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 공원 내 홈리스의 존재를 문제 삼으며 언론과 함께 ‘공원 안전 캠페인’을 벌인 주체가 다름 아닌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공원이 위험하다는 진단이 본격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6월부터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공원 안전확보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의 안식처가 돼야 할 도시공원이 오히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우범지대가 되었다는 것이 경찰이 밝힌 추진배경이었다. 대책의 핵심은 ‘도시공원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였다. 서울시 관할 공원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공원의 안전등급을 분류한 뒤 각 등급별로 ‘맞춤형 집중관리’를 펼치겠다는 것이 당시 경찰이 내놓은 계획이었다.


물론 시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앞세운 조처라는 점에서 이는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경찰이 ‘선량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노숙인, 주취자, 비행 청소년 등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시 경찰의 보도자료에는 공원에서 발생한 총 범죄건수만이 나와 있을 뿐, ‘불량한 시민들’과 ‘공원 내 범죄발생’ 사이의 인과성을 밝히는 객관적인 지표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  도시공원의 낮은 안전등급을 홈리스와 연관 짓는 보도기사들

이런 ‘약한 고리’를 충실히 매웠던 건 경찰 발표를 전후해 쏟아진 언론보도였다. 이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중앙일간지인 동아일보와 내일신문이 내놓았던 연재기획이었다. 기획기사를 통해 두 언론사는 경찰의 실태조사 결과를 상세히 소개하는 한편, 시내공원이 “노숙인들이 술판을 벌이는 곳”이자 “노숙인 집단 거주지”로 변질되었다고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공원에서 홈리스를 효과적으로 몰아낸 ‘모범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는데, 내일신문의 경우 경찰의 집중적인 검거활동이 “일벌백계의 효과”가 있음을 강조했고(2012년 6월 20일자), 같은 날 동아일보는 홈리스를 받지 않는 찜질방, 술을 팔지 않는 가게 등 ‘동네의 단합된 모습’을 칭송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왜 이들은 홈리스를 공원에서 몰아내는 게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일까. 동아일보가 전한 ‘일반적으로 공원이 망가지는 3단계 과정’에 따르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2012년 6월 19일자). 1단계, 공원에 쓰레기가 쌓인다. 2단계, 공원이 홈리스 및 취객에게 점령당한다. 3단계, 결과적으로 범죄의 장소가 된다. 끝. 그러니까 홈리스가 공원에 있는 이유는 쓰레기 때문이고, 홈리스가 공원에 없어야 하는 이유는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은, 이런 차별적이고 허술한 논리로 점철된 언론과 경찰의 ‘공원 안전 캠페인’에 서울시마저 합세했다는 것이다. 2012년 7월, 경찰청과 「안전한 공원 만들기」 협약(MOU)을 맺은 서울시는 동년 11월, 경찰의 협조요청 및 언론보도 확산, 공원이용 실태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공원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시는 공원의 ‘구조적 문제’를 ‘공원에 상주하는 홈리스가 불편을 초래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라 정의하면서, 홈리스를 공원 안전의 불안요인으로 규정했다.


이후 2013년부터 시는 서울경찰청과 함께 매년 정기적으로 ‘공원안전 일제조사’를 수행해오고 있다. 객관성이 의심되는 등급 분류기준 및 조사과정 상의 문제에도 불구, 일제조사의 결과는 언론에 의해 “홈리스 때문에 공원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확증하는 근거로 지속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홈리스의 권리보장과 복지지원에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범죄대책을 앞세운 경찰과 언론에 휘둘리며 동조한 결과다.



정말 위험한 건 공적 책임 잊은 언론과 국가기관


홈리스 상태의 본질은 가난이다. ‘공원 안전 캠페인’은 이 자명한 본질을 가림으로써 자신의 책무를 회피하려는 국가기관과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이목을 끌고자 하는 언론의 이해가 합치된 결과일 뿐이다. 만약 홈리스가 공원에서 노숙하는 것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경찰은 홈리스를 겨냥한 범죄가 공원에서 발생하지는 않는지 살피고, ▲중앙 및 지방정부는 빈곤대책을 고심하며, ▲언론은 이 과정에서 부족한 점은 없는지 감시하고 검증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국가기관과 언론에 이런 상식적인 조처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위험한’이라는 형용사는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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