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행동에서 발표한 성명과 논평입니다.
1.19 지하철 서울역 거리노숙인 사망
공공역사 중심의 거리노숙인 지원대책 즉각 마련하라!

소한(小寒) 못지않은 대한(大寒)의 추위가 매섭던 2011년 1월 19일 새벽5시경, 서울역 지하도에서 싸늘하게 식은 노숙인의 사체(60세, 유00씨)가 발견되었다. 지하철 셔터 앞 통로 한켠에서 웅크린 채 발견된 노숙인은 얇은 천 조각만을 덮은 채였다.

19일 새벽, 지하철 서울역 역무원은 막차 운행이 끝나자 내부 셔터를 내리기 위해 지하철 역 안에 있던 망인을 셔터 밖으로 이동시키려 하였다. 그때 망인은 역무원에게 가슴통증을 호소하였고, 역무원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였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는 호흡과 맥박 등을 체크한 후 망인에게 병원 동행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망인이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자, 구급대는 망인을 셔터 밖 모래함 옆으로 이동시킨 후 복귀하였다. 그 후 3시경 지하철 순찰대가 망인을 발견하였으나 의식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재차 방치, 결국 새벽 5시경 지하철 역무원에 의해 망인은 변사체로 발견되게 되었다. 결국 망인은 출동에만 의의를 두는 구급대와 시설 경비에만 관심있는 지하철 서울역 측의 방관으로 싸늘한 지하도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과수 부검결과 망인의 사인이 ‘폐결핵’이었음을 볼 때 그간 지속되었던 서울시 노숙인 의료정책의 한계가 망인의 사망을 초래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우선, 본 사망 사건의 일차적 책임은 인명 구조의 책임을 최일선에서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방기한 구급대와 소방방재청에 있다. 망인이 역무원에게 통증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급대는 망인을 후송치 않고 현장에서 자의적 판단을 해 망인을 사망케 한 책임이 있다. 구급대는 신속한 후송을 실시하고,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임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의학적 판단을 하는 월권을 행사한 결과가 바로 망인의 객사를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다. 구급대와 소방방재청은 본 사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불상사가 재발되지 않게 하기위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본 사망 사건은 간신히 구색만 갖춰놓은 노숙인 결핵 관리 정책의 실패에 따른 사망이다. 망자는 결핵으로 인해 사망 며칠 전 병원에 입원해있다 퇴원하였고 거처를 확보하지 못한 채 거리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06년도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 당 노숙인 폐결핵 발병률은 전체인구집단의 폐결핵 발병률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되고 탁한 지하도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는 거리노숙인은 부족한 잠과 영양부족 등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열악해 결핵감염률과 유병률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노숙인의 결핵 관련 연구들은 노숙인들의 ‘거주환경’을 개선해야 함을 제기해 온 바 있다. 결핵 치료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투약이 중요하며, 그렇게 하기 위한 조건으로 안정적인 거처의 확보가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망인은 퇴원이후 거처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결국 질환관리를 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었다. 서울시는 쪽방 15호를 임대하여 결핵 치료 후 퇴원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으나,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망자와 같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인원이 절대 다수다. 또한 이들을 사례관리 할 수 있는 인력이 결핵전문병원인 서북병원의 1인에 불과하고 이 또한 전담인력이 아닌 병원 내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어 지속적인 복약관리를 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결핵 환자에 대해 개별 주거지를 제공하고, 투약 관리와 생활안정지원 등 질환관리를 도울 수 있는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사망사건은 공공역사의 위기관리기능 부재에 의한 사망이다.
공공역사에서의 거리노숙인 사망사건은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다. 지난해 1월 철도공사직원과 공익요원들에게 내몰리는 과정에서 건강상태가 미약했던 노숙인이 결국 사망에 이르렀던 사건, 같은 해 7월 역사 부근 백화점 경비업체 직원의 폭행으로 노숙인이 사망한 사건,  2005년도 1월 응급의료상황에 처한 노숙인을 공익요원이 짐수레에 실어 옮기던 과정에서 질식사한 사건 등 줄을 잇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이 제기 될 때마다 민간단체들은 공공역사의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위기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함을 주장해 왔으나 그에 대한 응답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실시해야 할 사안” 운운하는 책임 회피 조처에 불과했다. 그러나 노숙인 복지 선진국들의 대책은 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실업과 빈곤으로 국철역 주변의 거리 홈리스로 시민들의 민원이 심각해지자 “공공서비스로서 사회문제의 방파제가 되겠다.”는 기조 하에 노숙인을 역사에서 몰아내기 식이 아닌, 국철의 재원과 민간의 재원을 동원하여 탈노숙과 지역정착을 돕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역 주변 또는 국철숙소 등에 “응급숙박시설” 과 “주간상담소”를 설치하여 민간단체와 함께 노숙인이 활용가능한 자원을 연계했을 뿐만 아니라 노숙인과 여행자 등이 집중하는 3개의 역사에 “SOS센터”를 설립해 긴급상황에 대처했다. 이는 노숙인을 몰아내는 것이 아닌, 공공역사에서 ‘긍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런 정책은 공공역사가 여행객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 놓인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개선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지하철 공사, 철도공사 등 공공역사 운영 주체들은 노숙인들을 단속하고 배제하려는 폭력적 방식을 중단하고, 공기업으로서 노숙인 등 위기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업무 지침을 마련하고, 거리 노숙을 막기 위해 심야시간 지하통로를 폐쇄하는 치졸한 행태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공기업으로서 위기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대책 논의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본 사망사건은 소리만 요란했을 뿐 실속없는 ‘동절기 노숙인 대책’의 한계가 빚어낸 것이다. 해마다 겨울철을 앞두고 서울시는 동절기 노숙인 보호대책을 발표하나 사실상 거리 상담원을 증원하거나 응급잠자리를 추가 개소하는 것 외 매년 별 다를 바 없이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거리노숙인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0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거리노숙인 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지역 거리노숙인수는 1천 1백 여 명에 달했다. 2009년 동월, 서울시가 발표한 거리노숙인수 640명에 비해 두 배 가량 더 많은 것이다. 이렇듯 실태파악조차 없이, 매년 되풀이되는 동절기 대책이다보니 거리 노숙인의 겨울나기는 해마다 극한 상황의 연속이 되는 것이다.
영국의 사례를 볼 때 최소한 동절기 대책으로는 야간쉼터(night shelter)를 마련하거나, 동절기임시쉼터(Cold Weather Shelter), 비어있는 건물을 활용한 회전쉼터(rolling shelter)를 이용하여 동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와 복지부는 거리상담 강화 뿐 아닌, 혹한의 추위에서 인명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응급잠자리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리노숙인에 대한 쉼터 입소 종용과 같은 비가시화정책을 중단하고, 긴급주거지원과 같은 현실적인 탈 거리노숙과 지역사회정착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우리는 거리노숙인을 인도적 보호나 지원할 대상이 아닌, 일반들의 편의와 민원을 볼모로 몰아내야하는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이 사건에 대해 소방방재청, 지하철 공사, 기존의 쉼터입소정책으로만 일괄하는 서울시와 복지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사건과 관계된 모든 움직임에 주목할 것이다. 그리고 본 사망사건으로 드러난 허술한 노숙인 보호사업과 안전대책에서의 문제가 반드시 개선되도록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011.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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