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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 홈리스 지원체계 재편이 필요하다 (下)

 
<김준희 / 한구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필자 주]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법에 명시된 홈리스의 권리는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앞으로 2회에 걸쳐 현행법에 근거한 홈리스 지원체계의 문제를 살피고, 해외 사례를 참조하여 향후 지원체계의 재편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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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땡땡/반빈곤 활동가>

 

노숙인시설을 통한 홈리스 지원의 한계

「노숙인복지법」 제정으로 기존의 시설보호 이외에 주거, 급식, 의료, 고용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임시주거비를 지원할 수 있고, 노숙인급식시설 설치, 노숙인진료시설 지정, 고용 지원과 촉진을 위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서비스는 노숙인시설을 중심으로 배분되고 있는 한계가 있다. 

 

먼저 일시보호시설의 급식지원은 원칙적으로는 그날 밤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다. 자활·재활·요양시설과 같은 생활시설 역시 입소생활인을 대상으로 급식을 제공한다. 

 

보건복지부는 지침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 안내」에서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선정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노숙인시설 입소자 중 노숙 상태가 3개월 이상 유지된 사람에 한정하고, 국민건강보험이 6개월 이상 체납되어야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선정될 수 있다. 이 지침에 따라 3개월 미만의 초기 홈리스와 노숙인시설에 입소하지 않거나 이용할 수 없는 거리 홈리스는 의료급여 수급을 받지 못해 넓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입주도 현재는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며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공급되고 있다. 알코올이나 정신질환 등이 있는 경우 금주하거나 약물을 잘 복용하며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이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증명되었을 때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입주도 보장된다. 

 

그 외에 임시주거비지원이나 일자리 지원도 노숙인시설을 통해 주거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가 취약한 홈리스가 우선되지 않는 이유는 서비스 공급량이 수요에 못 미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현재 노숙인시설의 실적 등을 평가할 때 단순히 주거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상향한 수치만 반영하기 때문이다.

 

주거를 중심에 둔 지원으로 재편해야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노숙인시설 등을 통해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준비된 사람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거리 →노숙인시설 입소 후 치료 등을 통한 회복→단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영구주택’으로의 경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70∼1980년대부터 거리 홈리스에게 시설 입소, 금주나 약물복용을 통한 치료를 우선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먼저 제공하고, 개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홈리스 상태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정책임이 밝혀졌다. 많은 나라에서 ‘주거 우선’ 원칙에 기반하여 주택을 우선 제공하며, 당사자가 주거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알코올이나 정신질환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이는 특히 알코올이나 정신질환 등을 가지고 장기간 홈리스 생활을 한 만성홈리스가 주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다시 거리로 나가지 않도록하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되며, 노숙인시설 입소, 병원 입원, 교정시설 입소 등으로 홈리스에게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OECD 국가와 EU국가는 주거우선을 지향하는 일반적인 경향이 있다. 2020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캐나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이스라엘 등 OECD 국가의 약 4분의 1은 홈리스 수가 감소했다. 이 중 노르웨이는 2012~2016년 사이 40%, 핀란드는 2010~2018년 사이 39%, 그 외 캐나다 14%, 오스트리아 12%, 이스라엘 11%, 스웨덴 7% 감소했다. 이 국가들은 대부분 주거우선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에서는 주거우선 전략과 유사하게 지원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홈리스에게 최장 20년 거주할 수 있는 주택과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원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진단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병식이 없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홈리스는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주택이 확보된 후 일정 시기에만 공급하는데, 입주자 선정에서 입주까지 통상 3개월 이상이 소요되어 주거가 필요한 홈리스에게 즉각적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주거우선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편, 의료나 일자리 지원에서도 주거를 통합하는 것이 해외 홈리스 지원의 특징이다. 퇴원 후 다시 거리로 나가야 하는 홈리스에게 주거를 제공하고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한다. 홈리스가 구직을 하고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주택을 우선 제공하고 필요한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홈리스는 주택으로 입주 후 맞춤형 고용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교통비 지원, 직업 훈련, 이력서 작성, 면접 동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취업 이후에는 고용을 유지하고 경력을 관리하는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홈리스 예방 의무의 구체화 필요

홈리스 상태에 진입한다는 것은 주거 상실과 함께 불안정한 일자리 혹은 실직, 건강 악화, 소득감소로 인한 생계유지의 어려움, 사회적 관계 단절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홈리스 상태에 진입한 사람이 다시 주거를 얻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홈리스 예방 지원에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  

 

「노숙인복지법」 제3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1항에는 국가와 지자체의 노숙 등의 예방 의무가 명시되어 있고, 제7조(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의 수립 등) 1항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은 종합계획에 ‘노숙인 등의 발생예방·사후관리 및 감소 방안’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실제 우리나라의 노숙인 지원은 예방보다는 홈리스가 된 사람에게 최소한의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류이다.

 

영국의 홈리스법에는 예방 의무뿐만 아니라 예방하지 못했을 경우의 구호 의무, 주택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먼저 예방 의무는 홈리스 상태에 처할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이 홈리스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거주지에 머물 수 있도록 돕거나 새로운 거처를 찾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예방 의무는 56일 동안 계속된다. 구호 의무는 예방 단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홈리스가 되는 경우 거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호 의무도 56일 동안 지속되며, 주택 당국에서는 거처를 확보할 동안 임시 숙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 의무는 홈리스 상태를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없는 경우, 우선 지원 대상에게 주택을 제공할 의무이다. 임산부, 아동이 있는 가족, 화재나 홍수 등 비상 상황으로 인해 홈리스가 된 가구, 고령, 정신질환, 신체적 장애, 교정시설 구금이나 보호, 가정폭력으로 인해 홈리스가 된 사람이 우선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주요 주택 의무는 홈리스에게 안정적인 주택을 제공할 때까지 종료할 수 없다.

 

올해로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홈리스 정책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였다는 성과를 넘어 누적한 한계를 질적 개선으로 전화시킬 시점이다. 홈리스 상태로의 진입을 막는 예방정책을 도입하고, 시설중심의 전달체계를 벗어나 주거지원 중심의 지역사회 통합정책으로 재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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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차별과 배제 없는 서울을 위한 도시빈민 요구 발표 기자회견> 시 사용된 요구안 <사진출처=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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