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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 홈리스 지원체계 재편이 필요하다 (上)

 
<김준희 / 한구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필자 주]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법에 명시된 홈리스의 권리는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앞으로 2회에 걸쳐 현행법에 근거한 홈리스 지원체계의 문제를 살피고, 해외 사례를 참조하여 향후 지원체계의 재편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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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20113, 국회에서 열린 홈리스지원법 제정 청원회 대회.”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제정 10년 맞이한 <노숙인복지법>, 법제정 당시의 배경

2011년 6월 7일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되었다.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홈리스 지원은 ‘노숙인’과 ‘부랑인’으로 나누어져 시설을 설치하고, 수용·보호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노숙인시설과 부랑인시설에 입소한 홈리스를 대상으로 직업교육, 정신보건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는데,  2005년 노숙인 보호예산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됨에 따라 노숙인시설은 중앙정부가 아닌 시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편, 홈리스 지원이 타 복지대상자와 달리 노숙인, 부랑인에 대한 지원 근거가 되는 법률이 없어 시설 운영 이외에 재정 지원이 어렵고, 각각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로 지원주체가 분리되는 등 동일한 정책대상임에도 지원체계가 이원화되어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이 낮다는 평가는 지속되었다. 이에, 2010년 6월, 보건복지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토부, 행안부, 서울시 등과 합동으로 법률 제정을 추진했다. 

 

2011년 <노숙인복지법> 제정으로 ‘노숙인’과 ‘부랑인’으로 나누어져 있던 용어는 ‘노숙인 등’으로 통일되었다.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 등을 예방하고, 노숙인 등의 권익을 보장하며, 보호와 재활 및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며 노숙인 등의 사회복귀 및 복지를 향상시킬 책임”이 있다. 기존의 시설보호 외에 법률에 기반한 주거, 급식, 의료, 고용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었다.

 

현행 법률에 기초한 지원정책의 문제들

 

2021년 현재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경과했다. <노숙인복지법>은 총 6차례의 개정이 있었지만 제정 당시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법률의 한계에서 나타나는 지원정책의 문제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음과 같은 문제로 인해 법에 명시된 홈리스의 권리 보장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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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복지법> 제정 당시의 요구들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은 2011413,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홈리스 당사자의 모습.

<사진출처=홈리스행동>

 

먼저, 법 제정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학계에서는 법명을 ‘홈리스’로 하여 노숙인과 부랑인으로 지칭되는 협소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결국 ‘홈리스’가 외래어라는 이유 등으로 법명은 ‘노숙인 등’으로 되었지만, 개념규정에는 거리와 노숙인시설 생활자 이외에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하게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자’를 포함했다. 포괄적인 정의와 다르게 법 제정 이후 시행되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모든 정책에서는 그 대상을 거리노숙인, 노숙인시설, 쪽방상담소가 설치된 지역의 쪽방 거주자로 한정하고 있다. 열악한 고시원, 여관·여인숙, PC방‧찜질방‧만화방 등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에 거주하는 홈리스는 공식적으로 지원 대상이 아니며, 이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파악조차 시도하지 않고 있다.

 

둘째,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되어 기존 부랑인과 노숙인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지원체계가 통합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요양·재활시설은 국고보조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거리, 자활시설, 쪽방상담소 운영은 지자체 사업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러한 이원화는 법 제정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시설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주거, 급식, 의료, 고용지원에 관한 사항은 모두 임의조항으로 국가 및 지자체에 강제할 수 없다. 임대주택의 공급, 임시주거비 지원, 급식시설 설치·운영, 노숙인진료시설 설치·운영, 고용정보 제공, 직업지원, 취업알선, 직업능력개발 등이 명시되어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홈리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 제공에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중추적으로 홈리스 지원을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의 역할을 찾아보기 힘들다. 보건복지부는 재활·요양시설 운영과 일부 프로그램 사업만 매년 같은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2007년부터 새희망고용지원센터를 운영하며 홈리스의 취업을 지원했지만 실적이 낮다는 이유로 2020년 폐지했고, 국토교통부는 운영기관에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만 매년 100호를 공급할 뿐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경기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숙인시설을 통한 단순 보호 기능만을 우선시한다. 홈리스가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노숙인복지법>상 홈리스에게 필수적인 주거, 급식, 의료, 고용지원에 관한 사항은 모두 시설을 통하도록 되어 있다. 지원제도의 곳곳에는 차별적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자립·자활’을 강조하고, 이를 홈리스 지원 정책의 평가 지표로 만들어 장애, 질병, 정신질환, 알코올의존증 등 지원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홈리스를 우리나라보다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의하며, 장애, 정신질환, 알코올의존증 등이 있는 취약한 만성홈리스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한다. 시설이 아닌 주거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거리 노숙 예방에도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다음 호에서는 해외의 홈리스 지원정책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홈리스 정책 재편 방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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