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양동 쪽방 재개발에 대응하는 주민들의 움직임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남대문경찰서 뒤 남대문로5가 쪽방 주민들이 분주하다. 재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2019년 겨울부터 집회와 각종 기자회견, 동네 공터에서 진행됐던 ‘수요 길거리 사랑방’ 등 지속적인 활동이 있었지만 요즘 만큼 재개발 사안에 관심이 집중된 적은 없었다. 양동 재개발구역 중 쪽방 밀집 지역인 ‘제11·12지구’에 대한 정비계획(안)이 지난 6월 25일 공람·공고(알리고 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되었기 때문이다. 

 

그 전부터 몇몇 주민들은 ‘홈리스 주거팀’(11개 반빈곤 운동 단체들의 연대체)과 함께 쪽방 주민 주거 대책을 요구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해 왔다. 기자회견이나 언론·구술 생애사 작업을 통해 발언하고, 거리두기로 인해 부정기적이나마 주민 모임을 갖고, 동료 주민의 공영장례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들을 토대로 지난 6월 10일, 쪽방 주민 56명이 가입한 ‘양동 쪽방 주민회’(이하, 주민회)가 만들어지고 첫 전체 모임을 가졌다(홈리스뉴스 90호<6월호> 참조). 보름 후 ‘제11·12지구’에 대한 정비계획(안) 공람이 이뤄지자 주민회는 정비계획(안)에 대해 대응하기로 했다. 

 

 

정비계획(안)에 대한 이해와 토론

서울 중구청은 이번 정비계획(안)을 인쇄해 남대문 쪽방 주민들을 방문하여 전달하였다. 2019년 11월 공람·공고 때 인터넷으로 게시하고 그친 것과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깨알 같은 글씨와 표로 가득한 공고문을 주민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욱이, 세입자 대책과 임대주택 건설 계획과 같은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는 한두 줄로 요약돼 있었다. 따라서 주민회 위원장단은 구청을 방문하여 세입자대책 전문이 담긴 도서를 열람하였다. 이를 통해 임대주택이 몇 호가 지어지고, 누구에게 공급되는지, 함께 건설될 복지시설은 무엇인지 등 계획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바로 주민회 전체 회의를 열어 확인된 내용을 공유하고, 제기되는 의견들을 토론하였다. 

 

7월 8일, 쪽방 인근의 한 빌딩에서 ‘주민설명회’(「도시정비법」에 따른 의견청취절차)가 열렸다. 설명회는 사업시행예정자인 ‘종로건축’이 정비계획을 발표하고, 중구청 도심재생과 과장이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설명회에 참여한 쪽방 주민들은 보증금에 대한 우려, 임대주택 입주 대상에 비 수급자가 배제될 우려, 임대주택 면적이 좁은 문제, 관리자들에 의한 사전퇴거 문제 등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도심재생과장은 계획이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제시된 의견들에 대해 향후 추진과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도로 답하였다. 

 

 

서울시의회와의 간담회

「도시정비법」 에 따라 양동 제11·12지구에 대한 정비계획은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서울시, 그리고 서울시의회가 양동 쪽방 주민들의 입장과 현실을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이를 위해 양동 쪽방 주민회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하였고, 7월 13일 서울시의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애초에는 양동 쪽방 재개발 지역에서 주민회 임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개발지역 현장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간담회 전날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주민회 임원 2인(용명중 위원장, 이종순 사업위원)만 시의회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장과 부위원장, 주무 부서인 서울시 도시활성화과 과장과 팀장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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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 참석한 양동 쪽방 주민회 임원들. 왼쪽 네번째가 양동 쪽방 주민회 용명중 위원장, 다섯번째가 민생실천위원회 이경선 위원장이다.<사진=온라인 서울신문>

 

주민회 이종순 사업위원은 본인의 생활을 바탕으로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개선을 요구하였다. 이종순 위원은 “임대주택을 14㎡로 공급하면 너무 작다. 나는 방이 좀 큰 편인데도 장애가 있어 방에 침대를 넣다보니, 침대 위에 장판을 깔고 그 위에서 밥을 해 먹다 이불에 불이 붙어 타 버린 적도 있었다”며 “앞으로는 방에서 밥을 해 먹는 게 아니라 조그맣게 응접실을 만들어서 거기서 밥을 해 먹고 걸음걸이도 할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또한, “빨래를 빨면 널 데가 없다. 방안에다 널다보니 옷이 꿉꿉하고 냄새가 난다. 조그마한 베란다를 만들어 거기에 세탁기도 넣고 빨래도 널 수 있게끔 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구체적인 요구를 전했다. 

 

한편, 서울시 도시활성화과 팀장은 “고독사하실 우려가 있거나 혼자 생활 못 하시는 분들은 독립된 거주공간도 있고 공동으로 주방이라든지 거실이라든지 있어 서로 교류도 하고 만날 수 있는 평면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2020년 11월, 서울시가 쪽방촌 정비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표준평면’을 다시 언급한 것인데, 당시 ‘표준평면’은 ‘홈리스 주거팀’으로부터 부적당하다 비판받은 바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쪽방 주민을 “1인실 표준평면: 본인의 생계를 스스로 유지”, “다인실 표준평면: 혼자 지내기에는 다소 불안”, “특성화실 표준평면: 생계를 타인에게 의존”의 3그룹으로 구분하여 1인실 표준평면 공급대상을 제외하고는 부엌, 화장실 등을 공유하도록 설계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 조례로 시행하고 있는 ‘지원주택’이 임대주택과 함께 주거유지지원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듯, 홀로 주거유지가 힘든 이들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서비스를 개개인의 별도 주거에서 제공해야 한다. 향후 공급될 임대주택의 일부를 지원주택으로 공급하거나, 장애인 독립생활지원을 위한 활동지원사, 노인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여 독립 주거 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울시 표준평면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한데 모아놓자는 것은 결국 생활시설과 같은 환경을 만들자는 것과 같다. 

 

따라서 당시 ‘홈리스 주거팀’은 “원할 때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타인과 공동 거주할 수밖에 없는 주거형태는 강요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도 이와 같은 공유형 주택의 공급에 반대했다. 친한 사람들과 이웃하게 호(戶)를 배정해 달라는 요구는 있었지만, 아예 주거를 합치자는 의견은 없었다. 

 

이번 간담회의 성과는 무엇보다 ‘양동 쪽방 주민회’의 존재를 서울시 측에 각인시켰다는 점에 있다. 민생실천위원회 이경선 위원장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하면서 주민회에 의견을 구하고, 부서에서 공식적으로 협의하거나 할 때는 주민회와 같이 논의”하도록 요구하겠다고 하였다.

 

 

주민 의견서 제출

정비계획 공람·공고는 의견서 제출 기한을 7월 26일로 정했다. 주민회는 앞서 언급한 전체 회의, 그리고 한 차례의 임원회의를 거쳐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11·12지구 정비사업 주민 의견서”를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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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 쪽방 주민회의 위원장, 부위원장이 쪽방 건물을 돌며 주민 의견서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다.<사진=홈리스행동>

 

의견서는 총 8가지의 요구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람·공고 당시 거주 중인 쪽방 주민 모두가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의 임대주택을 공급해달라는 것이다. 2021년 6월 말 현재 거주민은 총 230명인데, 정비계획 상 임대주택 공급계획은 182세대에 불과해 모두의 입주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급계획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임대차계약 또는 전입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실 거주자에 대한 주거 대책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쪽방 주민 중 일부는 채무, 인적 관계에서의 갈등, 일세·주세·무보증 월세의 불안정한 점유와 같은 이유로 임대차계약이나 주민등록 등재를 하지 않았을 수 있는데 이들이 주거 대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임대주택 면적을 적정화하고 필수구조와 설비를 갖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비계획은 14㎡ 규모로 임대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나, 이는 현행 최소 면적 기준일 뿐 인간이 장기 거주할 주거 공간으로서 결코 적절한 규모는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주거이전비 보상과 임대주택 입주 대상자 인정시점을 최종 공람·공고일인 2021년 6월 25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 거주자보다 더 많은 쪽방 주민들이 정비사업을 위한 건물 매각과정에서 이미 퇴거당했기에 인정시점을 최종 공람공고일로 정해 가능한 한 많은 쪽방 주민들이 주거대책을 보장받게 해 달라는 것이다. 

 

다섯째, 향후 공급될 사회복지시설의 구조와 역할에 대해 주민 협의를 진행하자고 하였다. 향후 설치될 사회복지시설은 쪽방상담소와 다른 기능을 요구받을 것이고, 아파트 형태의 수직적 삶은 고립과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심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주민들과 협의해 그 기능을 정하자는 것이다. 

 

여섯째, 건물 매각, 관리인 교체 등 어떠한 이유로도 기존 입주민이 비자발적으로 정비지구 외 지역으로 이주하지 않도록 중구청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하였다. 

 

일곱째, 홈리스의 주거상향을 위한 발판으로서 경과적 주거(임시 주거)를 공급해 달라 요구하였다. 남대문 쪽방 주민의 62.9%(2020년 서울시 실태조사)가 노숙 경험이 있을 만큼, 쪽방은 노숙 상태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그물’이자, 노숙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발판’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개발 이후에도 이런 기능이 계속 유지되도록 임대주택 이외의 주거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라는 것이다. 

 

여덟째, 정비사업 현안들에 대해 쪽방 주민회와 지속 논의할 것을 요구하였다. 정비계획(안) 중 상당한 부분이 구체 논의가 필요하고, 임대주택 건설과 입주 소요 기간이 약 2~3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안에 쟁점이 될 다양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회 임원들과 ‘홈리스 주거팀’은 이와 같은 의견서를 복사하여 쪽방 주민들을 찾았다. 일주일간 진행된 서명을 통해 총 128명의 주민이 의견서에 동조하였고, 그 과정에서 주민회 회원 가입도 함께 이뤄져 현재 ‘양동 쪽방 주민회’의 회원은 총 109명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모인 서명은 7월 26일, 주민회 용명중 위원장을 대표자로 하여 서울 중구청에 제출되었다. 

 

그동안의 쪽방 재개발이 주민들을 축출하고 고층빌딩을 건설해 부동산 이익을 얻는 데에만 몰두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양동 11·12지구 정비계획은 커다란 질적변화라 할 만하다. 영등포, 용산구 동자동 등지에 시행될 공공주택사업이 아닌, 민간이 시행하는 도시정비사업으로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쪽방 개발 역사에 있어 최초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과 2년 전만 해도 사업시행예정자(소유주들의 대표 측)는 쪽방 주민들을 후암동·동자동 일대로 이주시키려 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믿을 것은 사업시행예정자 측의 선의가 아니라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 확보를 위한 ‘양동 쪽방 주민회’라는 조직이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힘이다. 정비계획(안)의 변경을 만든 것 역시 주민들이 끌어모은 그 힘일 것이다. 

 

향후 임대주택이 ‘쪽방보다 나은’ 집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지킬 ‘집다운 집’으로 건설되도록, 그곳에서 주민들이 주체가 되고 자치력을 가질 수 있도록 ‘양동 쪽방 주민회’는 앞으로 참 많은 논의와 활동을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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