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기고]

 

“저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있나요?”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기준중위소득 인상을 요구하는 수급 당사자의 외침 

 

 

 <은희주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 편집자 주: 지난 7월 28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2022년 기중중위소득 대폭인상과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요구하는” <가난한 이들의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열렸다. 매년 다음 해의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수급당사자와 복지당사자의 참여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중생활보장위원회에서 발언한 홈리스 당사자 요지님은 낮은 기준중위소득을 꼬집으며, “이제는 생존하기 위한 지출 외의 비용은 사치라고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저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생계급여에 맞춰진 생활을 하고 있나요?”라고 일갈했다. 그의 목소리를, 당사자의 요구를 전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홈리스야학 학생회장 은희주입니다. 저는 오늘, 현재 생계급여 548,000원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지 아니면 가로막고 있는지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우선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먼저 이야기하면, 주거비가 있습니다. 고시원에서 살다가 몇 해 전부터 LH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생활 환경은 좋아졌지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더 늘어났습니다. 

 

일단 한 달 동안 먹는 식비가 15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에 5,000원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제가 손이 떨려서 직접 만들어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한 끼를 사 먹을 처지가 되지 않아서 집과 가까운 동묘시장을 갑니다. 동묘시장은 중고 물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료품을 저렴하게 파는 시장입니다. 거기서 햄이나 믹스 커피, 음료수, 레토르트 식품을 사서 냉장고에 재워놓습니다. 그것만 먹을 수 없어서 동네 마트에서 김치를 사서 먹습니다. 주말에 가끔 외식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아 한 달에 2번 정도 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홈리스행동에서 점심이나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식재료 준비 비용으로 매 끼니 천원을 내야 합니다. 그러면 한 달에 약 15만원 정도 사용합니다. 

 

이제 40만원 정도 남은 돈으로 담배 값 123,000원, 인터넷과 유선비용 43,000원, 통신비 34,000원, 도시가스 3,000원, 전기세 2,000원, 수도세 4,000원, 교통비 60,000원 정도 들어갑니다. 이 계산은 평균값을 내서 그렇지 더 들어갈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총 269,000원이 지출됩니다. 담배까지 끊으라고 하지 마세요. 이미 술은 끊었습니다. 

 

남은 돈 13만은 의료비용으로 지출됩니다. 매달 지출되는 돈은 아니지만 한 번씩 목돈이 들어가서 조금씩 모아야 합니다. 제가 희귀병을 앓고 있어 작년에는 고대병원 신경과에 가서 시술을 받았는데 자부담 비용으로 50만원이 청구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돈 30만원에서 20만원이 부족해 홈리스야학에서 20만원 대출받고 한 달에 5만원씩 4달 동안 갚았습니다. 그리고 당뇨도 심해서 두 가지 인슐린을 하루에 3번 맞아야 하고, 혈당검사는 하루에 두 번씩 해야 해서, 혈당검사를 위한 소모품을 구입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6만원이 들어갑니다. 2주 뒤에 90프로는 환급받지만 제가 먼저 구입하고 영수증으로 구청에 청구해야해서 쓰면 안 되는 돈입니다. 

 

그리고 아픈 곳만 아프란 법이 없습니다. 한 달 전에 어금니쪽 이빨 2개가 부러져서 치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이빨 2개를 뽑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고, 아래쪽 어금니 2개도 안 좋아서 씌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틀니하고 밑에 2개 이빨 하는데 다 합쳐서 75만 원이 들어간다고 해서 동사무소에 전화해서 이빨이 안 좋은 데 지원이 되냐고 물어보니 서류 준비해서 신청하면 50만 원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청하고 본인 부담으로 25만 원을 냈습니다. 이러니 돈이 모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모성 비용으로 계절 옷이나 속옷, 비누, 퐁퐁, 수세미, 이발 비용, 간식비 등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새 옷을 사 입은 때가 언제인지... 2~3달 머리 기르는 건 기본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름에 선풍기만 틀고 자니 잠을 못 자겠어서 동네 전파상에 가봤습니다. 에어컨 가격을 물어보니 중고 에어컨은 25만이고 실외기 받침대는 5만원이랍니다. 홈리스행동에서 또 15만원 대출받아서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조금은 인간다운 생활로 발전했지만 매달 3만원씩 5달을 갚아야 합니다.

 

저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제 주변 수급받는 사람 중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고, 동묘시장에서 2~3천 원으로 중고 옷을 사고, 식료품을 사는 사람들은 아직 있습니다. 저 스스로, 주어진 돈으로 악착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담뱃값도 큰 지출을 차지하는데 줄여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8월부터 담배도 끊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무엇을 위해 줄여야 하는지 고민도 들었습니다. 줄이고 줄이고 줄이다 보면 더 행복한 날이 오는 걸까요? 이제는 생존하기 위한 지출 외의 비용은 사치라고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친구를 만나는 일이나 낚시, 취미 활동은 이미 돈 있는 사람의 이야기 같습니다. 더 두려운 것은 내가 만든 잣대로 다른 수급자를 보는 것입니다. 

 

저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생계급여에 맞춰진 생활을 하고 있나요? 중생보위 위원님들, 기준중위소득 좀 대폭으로 인상하십시오. 저도 이번 추석에 새 옷도 사고, 머리 자라는 샴푸와 린스로 머리 감고, 좋은 치약으로 양치 좀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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