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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이 모임에는 우리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겁니다”

‘양동재개발지역 쪽방 주민회’ 첫 모임에서 나눈 말말말  

 

 

 <정리: 날라리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교사>

 

 

[편집자 주] 1978년 9월,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양동’이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약 40년간 개발이 멈춘 사이 ‘양동’ 일대의 명칭은 ‘남대문로5가’로 바뀌었다. 2020년 1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되었고 멈춰있던 재개발이 진척을 보이던 즈음, 양동에 사는 주민이 쫓겨난 후 쪽방 건물이 폐쇄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2018년 말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하여, 2020년 3월까지 약 100명의 주민이 사라졌다. 양동 쪽방 주민들은 개발에 대응하는 주민회를 조직하기로 하고 지난 6월 10일 첫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 나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현장스케치 1.jpg

 

■ 이 모임에는 우리 생존권이 달려 있는 겁니다. 돈 많으면 이런 거 안 해도 됩니다. 돈이 없다 보니까 언제 쫓겨날지 모릅니다. 쫓겨나더라도 임대주택을 받는 것.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에 갈 수 있도록 보상을 받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이 돼가지고 모여야지만, 그 힘이 더욱더 원동력을 일으켜가지고 큰 힘이 되지 않겠나 싶어가지고 모였습니다.

 

■ 지금 제가 아는 걸로는요. 저는 바깥을 잘 안 나오기 때문에 동네 돌아가는 내막을 몰라요. 지금 쪽방사랑방(남대문쪽방상담소)에서 운영하는 방을 좀 싸게 얻어 살고 있어요. 21만원요. 근데 사랑방(남대문쪽방상담소)에서는 재개발 그걸 주민들한테 쉬쉬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지요. 저번 달에 와서 이야기하기를, “자기네는 12월까지만 운영한다. 10월에는 건물주인가 어디선가 와가지고 재계약을 해야 한다.” 그러더라구요. 한 사람이 농담으로 돈 없어서 방세를 못 드린다고 하니까는, “방세 못 주면 쫓겨나야지!”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상담센터에서.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해요?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자기는 그냥 한 소리지만 우리가 듣기에는요, 굉장히 심한 말이거든요.

 

■ 저도 머 방 빼라는 날짜가 몇 달 안 남았다는데, 한 일 년 내내 그런 것 같아요. 나가라, 말아라, 나가라, 말아라, 그 소리를 자꾸 한 거예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거죠. 방세를 머 한두 달 안 받을 테니 그다음에 나가라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한 데가 많을 거예요. 그런 거 때문에, 오늘 이 모임에 와봤어요. 

 

■ 여기 사람들은요, 동자동 사람들처럼 단합이 안 되는 게 문제예요. 동자동 거기는 주민들 단합이 잘 돼서 관리자들이 그렇게 막 대하지를 못해요. 근데 여기는 사람들이 다 뿔뿔이 그러니까 관리자들도 상담소도 우리를 다 우습게 아는 거예요. 이사비용으로 두 달 치 방세만 받고 나간 사람들이 많아요.

 

■ 동자동도 처음에 주민 모임 만들 때는 힘들었어요. 대신 주민한테 무슨 일 있으면 다 같이 가서 도와주고 싸워주고 같이 그러면서, 사람들도 모이고 탄탄해지고 그런 거예요. 오늘 첫 모임인데 이렇게 많이 모인 거 보니까 앞으로 잘 될 거라 믿어요. 

 

■ 관리자들한테 싫은 소리 하면 욕먹으니까 가급적이면 참견을 안 할라고 하는디. 이게 자기네들이 조금 머 하면 “방 빼! 방 빼!”, 뚝하면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 못 뺀다, 빼라, 뺄 테니까 돈 내놔라, 못준다, 그러면서 욕까지 나오면서 싸우는 거예요. 듣기로는 관리인들 자기네들끼리 모여가꼬 쑥덕쑥덕하는데, 이사 비용 언제 준다, 언제까지 방 빼라, 그런 말만 나오고, 저희는 잘 몰라요.

 

■ 이런 모임 있는 줄은 알았는데 안 나오다가, 제가 아쉬워서 이렇게 뒤늦게 온 게 미안한 감정도 있고 그러네요. 그래도 반갑습니다. 제가 남대문로5가에 산 건 꽤 오래됐어요. 현재로서는 일자리도 없는 입장이고, 수급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LH에서 주는 방세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지금 좀 어려운 시기에요. 지난 구정 때부터 재개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습니다. 늘 말은 있었지만 이제 갑자기 임박하게 오니까 “이젠 때가 됐구나.” 하고 느껴져서 겁도 나고, 사실 돈 없고 빽 없는데 겁이 안 나겠습니까? 여차하면 상담소는 한겨울에 사무실 문 닫고 손 떼버리고 우리더러 알아서 하라고 할 거 같은데, 그러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지 진짜 사실 겁도 납니다. 

 

■ 쪽방 관리 보는 사람들이 좀 문제가 많아요. 후원금 10만원 받는 게 있는데, 그걸 관리인이 하는 가게에서 물건 사서 영수증을 뗘다 줘야 돈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방세 대신에 쪽방 건물 청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건물 그게 3층이란 말이에요. 그 더럽고, 쥐랑 벌레랑 머, 위험하기도 하고, 그걸 이틀에 한 번씩 쓸고 걸레질하고 쓰레기 치우고. 화장실이 층마다 있으니까 3갠데 냄새가 너무 심한데, 너무 힘들어요. 어디 다른 데 가서 그 일을 하면 방세 그거보다 훨씬 더 받을 거 아녜요.

 

■ 저는 힐튼호텔이랑 연세빌딩 자리에서 두 번이나 철거를 당하고, 이 동네로 밀려왔어요. 근데 또 세 번째 철거를 당하게 된 거예요. 이번에는 정말 동네 사람들이랑 같이 뭉쳐서 싸웠으면 좋겠어요. 임대아파트 나오면 제일 좋지요. 그게 정 안 되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나가야 해요. 800만 원 이상은 받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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