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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거리홈리스는 왜 백신에 접근할 수 없는가

홈리스행동,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진행...백신 미접종자 70.3%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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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5월 31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모두 540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214만여 명은 2차 접종까지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 거주 및 이용시설’이 포함된 ‘코로나19 취약시설’ 대상 백신 예방접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5월 27일 기준, 전체 대상자 가운데 86.3%(87,713명)가 1차 접종을 마쳤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대상자 대부분이 1차 접종을 완료한 것이다. 

 

홈리스행동,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실태조사> 진행

 

서울시는 지난 4월 중순부터 ‘노숙인 거주 및 이용시설’ 입소・이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실시하였다. 노숙인 이용시설(일시보호시설, 급식시설, 쪽방상담소 등)을 이용하는 거리홈리스 역시 접종대상에 포함되기에, 노숙인종합지원센터(다시서기, 구세군브릿지, 영등포보현)를 중심으로 대상자 조사 및 접종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렇다면 1차 접종이 마무리된 현재 서울시내 거리홈리스의 접종률은 얼마나 될까. 홈리스행동은 1차 접종 완료 직후인 5월 13일부터 약 2주 동안 서울시내 거리홈리스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에 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실태조사>

조사 지역: 서울시내 주요 공공역사

조사 대상: 조사시점 기준 거리노숙 중인 자

조사 방법: 대면 설문조사

조사 기간: 2021. 5. 13 ~ 5. 26

총 응답자 수: 101

 

 

70%에 달하는 백신 미접종자

응답자 가운데 백신접종을 받은 이들의 비율은 29.7%에 불과했다. 10명 가운데 3명만이 1차 접종을 마친 것으로, 이는 ‘코로나19 취약시설’의 전체 접종률(86.3%)에 비춰볼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백신 미접종자가 추후 개별적으로 접종을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접종자 가운데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소지한 경우는 12.5%뿐이었고, 공인인증서가 있는 경우는 1.6%에 불과했다. 백신예약은 물론 접종 관련 문의조차 거리홈리스에겐 어려운 일임을 보여준다.

 

거리홈리스가 백신을 맞지 않은(못한) 이유는?

백신을 맞지 않은(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체 응답자의 84.2%는 ‘노숙인 거주 및 이용시설’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 66.3%는 노숙인 지원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을 통해 접종안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 안내가 충실히 이뤄졌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접종이 시작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낮은 접종률의 원인은 아님을 보여준다. 

 

미접종자의 35.2%는 백신을 맞지 않은 이유로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의 어려움”을 꼽았다. 정부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백신접종 후 2~3일 동안 발열, 메스꺼움, 두통, 접종부위 통증과 부기 등의 이상반응이 흔하게 나타난다. 이에 정부는 증상 완화를 위해 “깨끗한 수건으로 냉찜질”,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해열・진통제 복용” 등을 권장하고 있으며, 가급적 접종 직후 귀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없는 거리홈리스가 이 같은 지침을 따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노숙인 지원기관에서 접종 후 2~3일 간 센터 이용 권유, 해열제 지급 등 자구책을 마련하였으나, 실제 백신접종을 마친 응답자들의 반응을 고려한다면 이를 해법으로 간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상반응을 경험한 응답자 중 75%는 증상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 및 과도한 코로나19 검사요구 중단의 필요성

미접종자의 27.3%는 백신을 맞지 않은 이유로 “백신 예방접종에 관한 정보 부족”을 꼽았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19.8%는 안전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해 “백신접종과 관련한 상세한 안내와 정보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최근 들어 거리홈리스의 정보접근성이 더욱 취약해진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실태조사의 결과만으로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긴 어렵지만, 거리홈리스의 지원기관 접근성이 낮아진 것 또한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올해 초 서울역 응급대피소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숙인 지원기관 이용 시 정기적인(주1회)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처는 지원기관 이용을 제약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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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1월 따스한채움터의 평균 이용인원은 318명에 달했지만, 이후 2~4월 평균 이용인원은 150명(대체급식 인원 제외)으로 절반 가까이 이용자가 줄었다. 인적 관계망이 취약하고 정보통신 수단을 갖추지 못한 거리홈리스가 백신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노숙인 지원기관을 이용하는 것뿐임을 감안할 때, 노숙인 지원기관의 접근성 저하가 정보접근성의 저하로 직결되었음을 유추하기란 어렵지 않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 응답자의 72.3%는 “최근 3개월 동안 서울시 노숙인 지원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하였고, 이 가운데 83.6%는 어려움을 겪은 이유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정기적으로 요구해서”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의 말말말 #1]

거리에서 정보 얻기가 너무 어렵다.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가 많다는데 혼란스럽다.”

 

정부나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상세한 정보를 줘야 한다.”

 

예방접종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면 좋겠다. 접종 시간, 장소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부작용, 이상관리 등 백신에 관해 자세하게.”

 

일주일에 한 번 검사를 하는데, 이젠 코피까지 난다. 이건 너무하다

 

 

안전한 백신접종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 “적절한 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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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홈리스가 안전한 백신접종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46.5%는 “접종 후 상당 기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1차 접종이건 2차 접종이건 거리홈리스가 생각하는 백신접종의 기본 조건으로 ‘공간’을 꼽은 것이다. 물론 여기서 공간이란 정부가 권장하는 이상반응에 대한 대처가 가능한 곳을 말하는 것일 테다. 위생설비를 갖추고 있고, 개인의 휴식이 충분히 보장되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 말이다. 실태조사 응답자들이 개별적으로 밝힌 다음의 요구들은 ‘적절한 주거야말로 최고의 백신’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보여준다. 

 

 

[응답자들의 말말말 #2]

접종 후 들어누울 자리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잘 데가 있어야 한다. 부작용 있다는데 잘 데 없으면 안 된다

 

백신 맞고 푹 쉬어야 하는데 한데 거리에서 또 자야하니 걱정이다

 

휴식할 공간 만들어주면 편히 백신 맞지. 그걸 먼저 준비해주고 맞으라고 해야지. 여건도 없이 부작용 걱정되는데 누가 맞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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